취조실의 오래된 전등이 점멸한다. 낡은 필라멘트 전구는 백색보다는 황색에 가까운 빛을 낸다. 구속복에 짓눌린 살인마는 전등을 바라본다. 눈에 붉은 곡선이 좋을 대로 새겨진다. 퀴퀴한 먼지 내음이 비강을 뒤덮는다. 낡아빠진 장소다. 새로운 거라고 해봐야, 한쪽씩 사이 좋게 의자에 채워진 수갑만 반짝인다. 쇠로 된 의자는 녹이 슬고 먼지가 뒤덮인 채다. 살인마
0월 12일, 27시 03분. 악마를 주웠다. 연구실 문 앞에서. 0월 13일, 01시 04분. 악마가 깨어났다. 그것은 나를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발작처럼 11분 가량을 웃다가, 다시 몸을 웅크렸다. 허공에 흔들의자라도 있다는 것처럼, 아니면 요람이라도 있는 것처럼 그것은 아이의 행동을 모방했다. 둥글게 만 몸을 흔들, 흔들. 허공에 둥둥 떠다니면
또 비다. 여름이니까, 자연스러운 일이다. 디셈블러는 익숙하게 길을 적시는 비를 바라본다. 한 방울, 두 방울. 툭 툭 보도블럭의 얼룩처럼 보이던 것은 어느덧 바닥의 채도를 전부 낮춰버린다. 시간에 맞지 않게 어두워진 바깥은 조만간 번개마저 칠 기세다. 주변을 슬쩍 둘러보면, 죄다 책에 코라도 박을 기세로 어깨도 웅크리고, 목도 숙이고. 아주 자는 것들도
페일 필그림은, 그러니까 노아 이벨른은. 미래를 원했다. 같은 시간의 고리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이 고리를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했을. 어쩌면, 당연히 성공했을 미래의 자신을. 그건 종종 하는 생각의 연장선이었다. 언제나 반복되는 일상, 반복되는 도움. 반복되는 전투... 끝을 기약하지 못하는 반복에선, 망상이라 여겨질 법한 상상마저 하나의 도피가 되
"셀레스티아!" "아, 노아." "또 그거 보여줘. 응?" "정말~ 대가는 준비했고?" "당연하지." 셀레스티아 앞에서, 아니. 세상에서. 모르페우스는 언제나 노아였다. 자신만이 노아이기를 원했고, 그것이 옳다는 듯 구는 이 앞에서 반기를 드는 이는 흔치 않았다. 어린 티가 그득해보이는 노아를 위해 작은 배려 하나씩 쯤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이들이 주변에
쾅! 와장창쨍그랑… 적막을 깨부수는 소리는 늘 요란했다. 그러한 소음이 늘 마스터 마인드의 심기를 거슬리게 만들었음은 자연스러운 이야기다. 자신의 보안을 뚫어낸 침입자가 경보조차 울리지 않았음은, 침입자의 정체를 명확히 하는 탓도 있었다. "또 뭐야?" "... 닥쳐봐." 간신히 한마디 뱉어낸 타임 트레이서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다. 울컥거리며 새어나오는
도미네이터는 성큼, 오버마인드의 영역에 들어선다. 익숙하다고 할 수는 없는 공간이지만, 낯설지만도 않은 공간이다. 오버마인드가 이 공간을 만들 때의 의도가, 도미네이터에게는 고스란히 줄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장 익숙하고도, 그리운. 우리가 편안히 쉴 수 있던 공간을 만들자. 그러한 의도를 읽을 수 있는 건, 그와 자신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도미네이터는
"악!" 머리채가 잡혔다. 익숙한 일이다. 디셈블러의 머리가 유독 긴 것도 있지만, 그 머리를 잡아당길 만한 인간군상이 흔한 환경에 있는 것도 익숙해짐에 한 몫했을 테다. 아픈 놈들의 성질이 평소보다 더러워짐은 당연한 일이요, 전투의 열기로 예민해진 것들은 만만해보이는 의료인들에게 막대하기 십상이었다. 물론 잡히는 일에 익숙하다 해서 짜증이 나지 않는 것
쓰고 싶은 부분만 썼습니다. 그다지 읽을 만한 글은 아닙니다. 앞뒤가 이해되지 않는 것이 정상이며 딱히 무언가의 수정, 추가 가능성은 낮습니다... 디아볼릭 에스퍼에겐 못된 버릇이 있었다. 하나는 아니고, 좀 많았지만. 여하튼, 개 중에서 노바 임퍼레이터가 가장 못 견뎌 하는 것은 차에 탈 적의 것이다. 에스퍼는 습관적으로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 오히
아저씨, 난 아저씨가 좋아. 채 말이 되지 못한 상념은 고백이 아니다. 그건, 그저. 존재하는 상념. 딱 그정도. 제 처지와 다를 것도 없는 부유물. 존재의 가치를 증명받지 못한 것. 내쉬는 숨결에 섞여 사라질 것이다. 내일이 오면 다시 우리는 얼굴을 맞대고, 혹은 등을 맞대고 전투할 것이고, 그 과정에 내 감정같은 건 끼어들 틈조차 없다. 당신이 날 사랑